
작년 겨울, 상담실에서 만난 한 분이 생계급여 명세서를 보면서 "이번 달은 왜 이렇게 적어요?"라고 물으시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알고 보니 편의점 알바로 번 90만 원 때문에 소득 인정액이 높게 잡혀서 급여가 확 줄어든 거였습니다. 일을 더 할수록 손해라는 생각에 의욕이 꺾이는 그분의 표정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2026년부터는 기초생활보장 제도가 몇 가지 달라집니다. 생계급여와 주거급여 금액이 오르고, 청년 근로소득 공제 범위가 넓어지며, 자동차 재산 기준도 완화됩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실질적인 변화는 여전히 물음표입니다.
생계·주거·교육 급여 인상, 실제로 얼마나 오를까
2026년 생계급여 최대 금액은 1인 가구 기준 82만 원입니다. 올해보다 약 5만 5천 원 정도 오른 금액이죠. 2인 가구는 134만 원, 3인 가구는 171만 원, 4인 가구는 207만 원으로 각각 인상됩니다. 여기서 생계급여란 기초생활보장 제도의 핵심 급여로, 수급자가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현금 지원을 의미합니다(출처: 보건복지부).
주거급여 기준 임대료도 지역별로 1만 원에서 3만 원 정도 올랐습니다. 수도권과 광역시, 그 외 지역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 구조는 동일하지만, 최근 월세가 빠르게 오르는 상황에서 이 정도 인상폭이 실제 생활비 부담을 얼마나 덜어줄지는 의문입니다. 교육급여는 초등학생 50만 원, 중학생 70만 원, 고등학생 86만 원 수준으로 책정되었고, 교과서비와 입학금, 수업료는 전액 지원됩니다.
제가 상담했던 한 가구는 월세 60만 원에 공과금 15만 원을 내고 있었는데, 주거급여로 받는 금액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토로하셨습니다. 급여가 조금 올랐다고 해도 물가 상승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체감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식비와 외식비가 최근 5년간 40% 가까이 오른 상황에서, 생계급여 인상률이 10% 정도라는 건 현실과 괴리가 크다고 느껴집니다.
청년 근로소득 공제 확대, 일할수록 손해 보는 구조 개선될까
2026년부터 청년 근로소득 공제가 34세 이하까지 확대됩니다. 기존에는 29세 이하 청년만 적용받을 수 있었죠. 여기서 근로소득 공제란 수급자가 일을 해서 번 소득 중 일정 금액을 제외하고 나머지만 소득으로 인정하는 제도입니다. 쉽게 말해, 일한 만큼 급여가 바로 깎이지 않도록 완충 장치를 두는 겁니다.
공제액도 기존 40만 원에서 60만 원으로 늘어납니다. 예를 들어 34세 청년이 한 달에 100만 원을 벌면, 60만 원을 먼저 빼고 남은 40만 원의 30%만 소득으로 인정합니다. 실제 소득 인정액은 12만 원에 불과한 셈이죠. 이렇게 되면 수급 자격을 유지하면서도 근로 의욕을 잃지 않을 수 있습니다(출처: 기획재정부).
직접 겪어보니, 이 공제 제도가 없으면 정말 일할 �맛이 안 납니다. 제가 만난 30대 초반 청년은 배달 알바를 하면서도 "이거 하느니 그냥 쉬는 게 낫겠다"라고 말했습니다. 번 돈만큼 급여가 줄어들면 실질적으로 손에 쥐는 돈이 거의 비슷하거든요. 이번 확대로 30대 초반 청년들까지 혜택을 받게 된 건 분명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35세 이상은 제외되고, 공제액 자체도 월 60만 원이 상한 이라 고소득 근로자에게는 한계가 있습니다.
자동차 재산 기준 완화, 생계수단인 차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
자동차는 기초생활보장 제도에서 가장 민감한 재산 항목 중 하나입니다. 승합차나 화물차를 보유한 경우, 기존에는 배기량 1,700cc 이하이면서 차령 10년 이상이거나 차량 가액이 200만 원 미만이어야 수급 자격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2026년부터는 이 차량 가액 기준이 500만 원으로 완화됩니다. 여기서 차량 가액이란 중고차 시장에서 거래되는 해당 차량의 실제 시세를 의미합니다.
다자녀 가구 기준도 달라집니다. 기존에는 자녀 3명 이상이어야 자동차 재산을 완화 적용받았는데, 내년부터는 자녀 2명 이상이면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저출산 시대에 두 자녀 가구도 충분히 '다자녀'로 인정하겠다는 정책 변화로 해석됩니다(출처: 통계청).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제가 상담했던 한 분은 10년 넘은 봉고차로 배달 일을 하면서도 "차 때문에 수급 탈락할까 봐 불안하다"라고 하셨거든요. 차는 생계수단인데 '재산'으로만 평가되는 현실이 답답하다고 토로하셨습니다. 이번 기준 완화로 이런 분들이 조금이나마 숨통을 틔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승용차는 예외 조건이 까다롭고, 차량 가액 500만 원도 중고차 시장 현실을 고려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입니다.
이번 제도 개선이 긍정적인 방향인 건 분명합니다. 생계급여가 오르고, 청년 공제가 확대되고, 자동차 기준이 완화된 건 현장의 목소리를 일부 반영한 결과라고 봅니다. 하지만 물가 상승 속도를 고려하면 여전히 부족합니다. 월세, 식비, 공과금이 빠르게 오르는 상황에서 급여가 몇 만 원 오르는 수준으로는 생활 안정까지 이어지기 어렵습니다. 특히 기준 중위소득 현실화 일정이 2030년으로 미뤄진 점은 아쉽습니다. 복지는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사회 안정과 미래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현장에서 가장 힘들게 버티는 분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지원이 이어지길 바랍니다.